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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Photo story + Ω

필름카메라 좋아하시나요? - 니콘FM2

by 대현디자인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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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릴 때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처음 접했었습니다. 그때의 향수가 조금 아주 조금 남아서 그런지 예전에 중고로 구입한 거의 신품에 가까운 니콘 FM2 필름 카메라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전시용에 가까운 필름 카메라입니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은 필름 카메라만의 매력에 빠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만큼 비용이나 여러 가지가 많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지요. 

 

얼마 전에 제가 가지고 있는 105미리 마이크로 렌즈가 고장 났습니다. 사진을 그동안 멀리하고 살았는데 갑자기 사진을 하고 싶어서 집 앞에 나가서 꽃 접사 놀이나 해볼까 해서 105미리 마이크로 렌즈를 장착해서 나갔습니다. 집 앞에서 국화꽃을 담으려고 하는데 렌즈의 초점이 안 맞는 겁니다. 헐~ 이게 왜 이러지? 하면서 렌즈를 손으로 돌려봤더니 빡빡한 게 잘 움직이지를 않는 겁니다. 아~ 너무 오랫동안 사용 안 해서 그런가? 하면서 집에 들어와서 아무리 돌려도 빡빡한 게 잘 돌아가질 않습니다. 이 녀석이 돈을 요구합니다. ㅜㅜ 이럴 때는 무조건 니콘서비스센터에 가야 합니다. ㅜㅜ

 

필름 카메라만의 독특한 감성이 있잖아요? 현상하는 그 순간까지의 기다림, 얼마나 멋집니까?

 

제가 자주가는 서비스센터는 남포동에 있는 니콘서비스센터입니다.

오랜만에 그곳으로 갔더니 니콘서비스센터라는 간판은 없어지고 다른 간판이 붙어있습니다. 헐~ 너무 오랜만이라 서비스센터가 다른 곳으로 옮겼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냥 들어가 봤습니다. 그런데.....

간판은 "신카메라" 라고 되어있는데 그곳 사장님은 제가 알고 있던 니콘서비스센터 사장님입니다. 엥? 이게 무슨일이지?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ㅎㅎ", "네 반갑습니다."

"사장님 이제 니콘 서비스 안 합니까?", "네 이제는 필름 카메라 수리만 합니다."

엥? 이게 무슨 말인지 그냥 헛갈립니다. 그래서 제가 이것저것 여쭤봤습니다. 사장님 아니면 누가 제 카메라랑 렌즈 손봐 주냐고 때를 써면서 말이지요. 다행히 신카메라 사장님께서 니콘 렌즈는 수리가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헐~~ 정말 십년감수했습니다. ㅎㅎ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습니다.

나: "사장님 진짜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습니다"

나: "요즘 누가 필름 카메라 수리하러 오나요?"  

사장님: "요즘 레트로 유행을 타서 그런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필름 카메라를 사용합니다."

사장님: "한날 집에 처박혀있던 카메라를 들고 와서 이거 사용할 수 있나요?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도 상당히 많아요"

나: "저도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충분히 알지만, 요즘 필름을 구할 수도 없잖아요? 그리고 현상이나 인화할 수 있는 곳도 없는데 어떻게 하려고 필름 카메라를 만지는지 궁금해요"

사장님: "필름 카메라만의 독특한 감성이 있잖아요? 현상하는 그 순간까지의 기다림, 얼마나 멋집니까? ㅎㅎ 그리고 필름은 여기 바로 뒤편에 XX카메라에 가면 되고, 현상은 옆에 있는 XX에 가면 됩니다."

나: "오~ 그럼 사장님 여기서 필름 카메라 수리하고 뒤편에서 필름 사서 사진 찌고 다시 여기 와서 현상하면 되는 거군요 ㅎㅎ 여기서 모든 걸 할 수 있군요 ㅎㅎ"

사장님: "ㅎㅎ 그렇지요"

나: "그리고 제가 거의 새 거 같은 FM2가 한대 있는데, 요즘 중고가가 어떤가요?"

사장님: "요즘 FM2가격 엄청 올랐어요, 그때 사실 때 가격의 거의 2배쯤 됩니다. 좋은 카 메라니 깐 절대 팔지 말고 사용해 보세요"

나: "와~ 그렇군요.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장님 렌즈 수리되면 연락 주세요 ㅎㅎ"

 

이렇게 니콘서비스센터 아니 신카메라 사장님과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기다림"이라는 말, 참 마음속에 깊이 울려 퍼집니다. 

그동안 사진 쪽에서는 디카 덕분에 당연하다고 느꼈던 기다림을 잊어버리고 살았었습니다. 그런 삶이 반복되나 보니 모든 게 당장 당장으로 변해버린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당장 결과물을 봐야 하는 이런 이상한 세상..... 참 거시기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필름 스캔한 사진이 있어서 이렇게......

필름을 스캔하면 노이즈가 상당히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마치 디카의 ISO를 엄청 올린것처름 말이지요.

필름 사진은 뭐니 뭐니 해도 흑백이 져요 ㅎㅎ

 

 

레트로~, 요즘 뭐만 하면 레트로 레트로 하는데, 어떤 제품만 레트로 하지 말고

삶도 레트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뭔가 기다릴 줄 아는 그런 삶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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